경제

코스피 싸다는데... 따져보니 박스권 상단? f. 라쿤자산운용 홍진채 대표, 삼프로티비

ㅎㅎㅈㅅ 2022. 1. 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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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쿤자산운용 홍진채 대표님이 삼프로티비 출연하셔서 아래의 주제들로 이야기를 풀어주심.

 

- 한국주식시장이 PER 10배라서 박스권 하단이니까 싸다고들 하는데 사실 10배 아니다.

-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에 대한 이야기.

- 테이퍼링과 유동성 축소는 다른거라고들 하는데 사실 비슷하다.

 

https://youtu.be/7luh5J09esg

 

#국내주식


 

홍진채님이 방송 전에 정리글을 올리신거같은데, 누가 텔레그램에 공유하길래 담아옴.

 

홍진채님 - 오늘 방송 스포일러

(어차피 준비해간 내용의 반도 이야기 못하니까 뭐.)

 

1. PER 10배 아니다.

하반기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PER 10배 언저리, 즉 박스권 하단에 왔으니까 이제 하방은 지지될 수 있다는 말이 많은데, 그거 아님. 올해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는 190조 언저리. 내년도 190조 부근. 코스피 시총은 현재 2,993pt 기준 2,216조. 하반기 저점 11/30 2,839pt에서 2,095조. 그 때 2022년 순이익 컨센이 200조 쯤이었으니까 대충 턱걸이로 10배까지 내려왔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는데.

 

누구나 알다시피 올해 코스피 순이익은 Z홀딩스 합병으로 인한 일회성 이익 15조가 반영되어있고. 그거 빼면 175조. 내년 순이익 190조는, 경험적으로 늘 이맘때의 순이익보다 실제 순이익이 20% 가량 빠졌기 때문에 170조 정도라고 보면 됨. 오늘자 2,216조 / 170조 = 13배. 따란. 코스피가 몇 배 박스였다고? 10-13배. 박스권 상단이네요? ㅎㅎ

 

여기에 대한 반론

 

1) 구성업종이 변화했다. 과거의 중후장대 산업 위주가 아니라 SW 미디어엔터 바이오 기업들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의 박스권 잣대로 비교하면 안 된다. 옳으신 말씀. 다만 이런 논리는 하방도 같이 열어버리는 논리임. 위 언급한 섹터들은 미래 이익을 끌어당겨오는 산업이기 때문에, 저금리 유동성 국면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음. 다시 말해, 금리 인상, 할인율 상승 국면에서는 직격타를 받는 섹터임. 물론 경기가 호황이라 분자분모가 같이 상승하는 그림이라면 다른 얘기가 될 수 있으니, 그럴 기업을 골라낼 재주가 있다면 오케이.

 

2) 전통산업이 리레이팅될 수 있다. 한국 시장은 여전히 전통 산업의 비중이 크고, 이제 금리인상 시기가 오면 이 섹터들이 다시 부각받을 수 있다. 특히나 내년부터는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바턴이 넘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중후장대 섹터가 힘을 받을 수 있다. 뭐 맞는 말인데. 그게 올 상반기에 이미 있었다는 거. 가치주나 시클리컬은 대체로 짧으면 3년 길면 10년 정도의 주기로 한 번씩 오르고 한참을 쉬어감. 아무리 싸다 한들, 한 번 시세를 낸 이후에는 여간해서는 고점을 벗기지 못하는 게 이런 섹터들인데. 내년에 다시 그 장세가 온다라..? '그럴 것 같다'와 '그랬으면 좋겠다'를 헷갈리는 거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기 바람.

 

3) 시클리컬 디스카운트 축소. 사실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음. 한국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여전히 반도체가 주도하는 나라이고, 반도체는 다운사이클에 진입했지만 상당히 잘 버티고 있음. 대체로 내년 하반기를 반등 시점으로 보는데, 사이클이 짧아지고 저점과 고점의 진폭이 줄어든다면 반도체 업종의 순환성이 줄어든다는 것으로 해석, 밸류에이션이 상향될 수 있음. 마이크론이 14배인데 하이닉스는 왜 10배일까.

 

4) 그냥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한국 13배, 글로벌 22배니까 이것만 해소되어도 코스피 5,000은 감. 논리상으로는 맞는데. 이건 예측이 아닌,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야 말 안 해도 알겠지만(아.. 말해야 하나..? 공매도같은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 지배구조&북한리스크&시클리컬비중&자회사중복상장허용 등등), 이 요소들을 해결해야 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 화이팅하자.

 

암튼 중간 결론은, PER 10배 아니고 박스권 하단 아니니까. 지수 전체로 보면 썩 매력적인 가격대는 아니라는 거. 그렇다고 비싼 것도 아니고. 늘 이야기하지만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가격대가 아님.

 

2. 연준의 속내

테이퍼링은 하겠다고 하고. 내년 금리인상은 3회 하겠다고 점도표 던졌는데. 뭐하자는 거냐. 재앙이냐. 아니다 올리는 게 낫다. 등등 말이 많은데. 속내야 나도 안 봤으니 모르겠고. 대충 시나리오를 정리해보자면.

 

1) 좋은 시나리오: 건강한 정상화. 연준의 이번 양적완화의 특이한 사항은 TIPS를 공격적으로 매입했다는 거다. 발행량 이상으로 매입함. 과거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늘 우려했던 건 디플레이션이었음. 이번 코로나 위기 때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서 TIPS를 공격적으로 매입, BEI를 억지로 끌어올림. 이제 완연히 고물가가 유지되려고 하니까 TIPS 매입은 풀어서 BEI를 낮춤. 그러면 실질금리 인상 효과가 남

 

경기는 정상화되는 중이고 실업률은 낮아졌고 수요는 좋고 기업실적도 좋고 공급망은 회복(BDI 하락)되고 인플레 우려가 관측되고 있으니 정석적인 대응. 이러면야 걱정할 게 없음

 

2) 나쁜 시나리오: 스태그플레이션. CPI는 6.8%에 오미크론은 확산되고 코로나가 잡히지 않고 있음. BDI는 하락했으나 CCFI가 잡히지 않음. 원자재 쪽은 수급이 풀리고 있지만 상품을 만드는 공장은 안 돌고 있다는 뜻. 거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대두. 중국에 더해서 러시아도 난리를 치고 있음. 더하기, 내년 하반기부터는 어쩌면 임금발 인플레이션을 목도할 수도 있음

 

코로나 위기 때는 10년 전에 썼던 매뉴얼을 그대로 활용하면 되었음.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면? 70년대의 매뉴얼을 다시 쓰려면 시간이 걸림. 폴 볼커 선생님은 2019년에 사망. 이 분이 92세까지 사셨으니 당대에 활동하던 사람들은 지금 다 현역이 아니라고 보면 됨. 의외로 조직의 의사결정에서는 비슷한 일을 경험했던 사람이 중책을 맡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 현 연준의 의사결정은, 좋게 보자면 매뉴얼대로의 대응이고, 안 좋게 보자면 미적거리다가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있는 거

 

연준을 탓할 수도 없는 게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게임이었음. 이미 진작에 금리인상을 하고 싶었겠지만 코로나가 지독하게 안 잡히는 바람에 엇박자가 나버리고 우왕좌왕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테이퍼링은 하고 보자, 라는 것일 수 있음. 그렇지 않다면 테이퍼링을 하면서 곧바로 내년에 점도표를 세 차례나 상승으로 찍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속내가 어떤지야 알 수가 없고, 관전포인트는 테이퍼링이 끝나는 시점인 22년 6월경 BEI와 CPI가 어찌 되느냐. 아마 BEI 2% 이상, CPI 4% 이상에서 유지가 될 것 같은데. 그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안 한다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거. 좋아할 일이 아님. 그리고 금리를 올린다면, 올리고도 CPI가 4% 이상으로 계속 유지될 경우 매우 나쁜 상황

 

3. 유동성 축소는 이미 시작되었다.

사실 내년 관전포인트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게.. 테이퍼링이 사실상의 유동성 축소 효과가 있다는 거. 금리 인상의 전초전을 우리는 이미 겪고 있다. 좀 유식한 사람들은 테이퍼링은 유동성 확대를 줄이는 것이지 축소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데. 일단은 맞는 말인데. 실제로는 좀 미묘하다.

 

연준의 금리 결정 메커니즘은 한국과 다르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땅 정하면 기준금리와 연동된 COFIX 등에 바로 반영된다. 일종의 '국가에서 고시하는 가격'인 셈이고, 은행들은 그걸 강제로 따른다. 반면 연준의 금리는, FFR(연방기금금리)라는 건데, 연준이 FOMC에서 FFR을 고시한다고 FFR이 바로 바뀌지 않는다. 이걸 이해하려면 FOMC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는데, 아주 간략하게만 설명하자면 행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민간은행이 인수하고, 연준이 채권을 매입하면서 은행들의 지급준비금을 늘린다.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늘어나면 FFR, 즉 지준을 맞추기 위해서 연준 혹은 다른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이 늘어난다. 은행은 낮은 금리에도 자금을 빌려주려고 할 것이므로 FFR이 낮아진다. FOMC는 목표치까지 FFR이 낮아지도록 계속 채권을 매입한다.

 

즉, 연준의 채권 매입 = 통화 생성 = FFR 인하. 세 가지가 다 동일한 이야기라는 거다. 다시 말해서, 채권 매입을 축소한다는 건 국채 공급량이 동일할 경우 시중의 채권 수급 밸런스를 공급과잉상태로 만들어서 채권금리를 상승시킨다. 채권 매입을 축소하면서도 금리를 올리지 않으려면 국채 발행량이 줄어야 한다. 근데 이제 재정투자를 하겠다면서 국채를 덜 발행한다고? 재원은 어디서 마련? 세금을 더 걷나?

 

자 이제 테이퍼링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은행은 높은 금리의 채권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민간 채권에 대해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이게 먹혀서 채권을 많이 사면 지준이 줄어들어서 FFR를 상승시킨다. 연준이 아직 금리 인상을 안 하겠다라 함은, 이렇게 상승 압력을 받는 FFR에 대해서, 목표 레인지의 상단인 0.25%를 넘기지 않도록 채권을 계속 매입해주겠다는 뜻일 뿐이다. 중요한 건 시중금리 인상 압력이 현실화되었다는 거고, 이미 시중금리는 올랐다. (근데 TIPS 매입을 줄이니까 BEI가 훅 떨어지고, 이게 연준이 의도한 바이긴 하다.)

 

여기서 은행의 선택은 두 가지. 1) 경기가 좋아보이면 채권을 더 많이 산다. 그럼 시중 이자율 상승 압력이 줄어든다. 그러면서 지준도 감소하겠지만 그만큼은 연준이 메꿔주면서 저금리 유지. 이건 좋은 시나리오. 2) 경기가 안 좋아보인다. 채권을 사지 않는다. (=민간에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 지준에 짱박아둔다.) 그렇게 되면 시중 이자율이 급등하고 FFR도 강한 상승 압력에 부딪힘. 이게 2008 금융위기 직후에 있었던 상황. 이 때 연준이 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초과지준에 페널티를 부여해서 강제로 민간 유동성을 일으키는 건데, 인플레이션이 낮은 시기에 쓸 수 있는 정책이다. 지금은 높은 CPI 상태에서 정책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매우 제한적.

 

다시 말하지만, 현재 연준이 무언가를 되게 잘못하고 있다기보다는, 난이도가 높은 게임이다. 그리고 유동성 축소는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럼 유동성 축소 시기의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뇌피셜이 될 텐데. 이론적으로는 할인율이 올라가고 먼 미래의 현금흐름을 당겨오는 자산일수록 가치가 하락한다. 근데 보통은 경기가 좋아서 금리가 오르는 경우에는 분자분모가 함께 상승하니까 가치 하락 효과가 크지 않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활용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가는 회사의 경우 큰 타격이 없을 거고(주가와는 별개로 펀더멘탈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은 회사, 혹은 자산은 뭐,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맞이하겠지. 그리고 경기가 나쁜데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라면..? 음.. 모르겠다. 도망쳐야 하나 하하. 그래도 튼튼한 회사는 뭐라도 알아서 하겠지.

 

4. 세 줄 요약

- 한국 시장 싸지 않다. 그렇다고 비싼 것도 아니다.

- 유동성 축소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 내년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진짜로 오면 이건 정말 빡센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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